내 인생에서 기억이 오래남을 시트콤 하나 오늘 하나
추가로 더 찍었다.
기 승 전 결 완벽한 시나리오.
취해서 하품하다 버스에서 턱 빠진 일보다..
48배는 더 퀄리티가 높은 사건..
5시에 수업끝나고 바로 집에 오는 길
부평에서 인천지하철 갈아타려고 내려오는 데
어떤 아저씨가 바닥에서 버둥대고 있었다.
등에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마치 거북이가 뒤집힌 모양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대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다 쳐다봤고
나도 유심히 보았다.
그냥 단순한 노숙잔가? 다쳐서 못일어난건가 하고..
그때 어떤 사람이 일으켜주니까 비틀대며 일어났고
계단으로 올라가더라..
가만보니 술에 취해있었고 무거운 가방때문에 발도 헛디디면서
난간을 꼭 붙잡고 올라가고 있는 아저씨.
행여나 헛디뎌 계단 뒤로 넘어갈까봐
쫒아가서 가방뒤를 붙잡아 주었다.
아주 묵직했다. 돌덩어리를 담아놓은 것 처럼.
"아저씨, 들어드릴게요, 어디까지 가세요?"
"헤헤 고마워.나 주안까지 가. 아가씨 착하네 고마워.."
자 , 여기까지는 어디서나 흔하게 들려오는 미담의 한 부분.
몸도 못가누는 아저씨가 주안까지 가기는 무리고 계단도
못올라갈거라는 생각이 들어 주안까지 아저씨 모셔다 드리고
주안에서 버스타고 집에가자는 계산을 했다.
1호선 갈아타는 데 까지 힘들게 가방들어드리고 부축하고 올라왔는데
핸드폰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주소 찾아서 아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편이 빠르겠다 싶어
아저씨 핸드폰을 받아 아들을 찾아 연락을 했다.
"지나가는 학생인데 아버님께서 술에 많이 취하셔서 몸을 못가누세요. 짐도 무겁고 해서 주안까지 못갈거 같은데 이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아들은 30분정도 걸릴거 같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앉아서 아들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헌데...이 아저씨...
나에게 수작을 거는 것이다.
슬쩍슬쩍 손을 만지고 팔뚝에다 손을 갖다대고
처음에는 우리 아들 며느리 삼고 싶다고 만나보라고 하길래
나이드신 어르신의 흔히하시는 귀여운 장난이라고 웃으며
넘겼는데 이제는 그걸 넘어 나랑 대화하며 살잔다.
난 처음에 나랑 대화하며 살아줄거야? 라길래
무슨말인지 모르고 웃으며 네 라고 대답했는데
흐르는 분위기가 자기랑 살자는 말이었다.
혼자살아 외롭다느니. 지금 밥사줄테니 전철타고 가자느니.
진땀을 빼며 아드님 곧 오실테니 기다리자며 계속 앉혔다.
술 취한 사람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전철타겠다며
올라가는거 말리고 넘어지는거 일으켜 세우고..
여기까지는 그래.. 버틸만 했지만
중간중간의 그 수작은 점점 내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옆에 계속 바뀌어 가는 사람들은 힐끔힐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그 시선또한 견디기 힘들었다.
계속 아들에게 어디쯤 왔냐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10분정도 기다리라는 말 뿐
좀처럼 오진 않았고 그 시간이 너무길었다.
다시 연락을 시도했더니 부평이란다.
역 구내 쪽으로 왔다고.
어딘지 모르겠다기에 아저씨를 계단 밑으로 데리고와 앉혀놓고
아들을 찾으러 달려갔다.
하지만 위치가 달랐고 다시 그 위치로 가려고
아저씨 있는 곳을 지나는 순간
..아저씨가 없어졌다
................
이미 진땀은 흐르고 있었고
혹시나 해서 위로 올라가봤더니
아저씨는 직통을 타고 버둥대며 자리를 잡으려는 중이었다.
문은 닫히지 않았지만
그 순간 온 맥이 다 빠져 그걸 보고만 있었다.
전철은 떠났고..
난 그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전철타고 가버렸네요..."
".........아..네...수고하셨습니다,"
그러고 돌아오는 길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고 몸도 지쳐버려 아무생각이 안나
울고싶었다.
눈물이 나 친구에게 전화했는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사이 내가 하도 어이없어 웃어버렸다.
결론을 맺기도 너무 힘든 하루다.
이런 걸 두고 옛 어른들은
오지랖이 넓다고 했던 건가......
'Single Smile Zone > - Tok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울면 함께 울어버리는 내 남친 (0) | 2006.10.13 |
---|---|
사랑니를 뽑으려거든 마취주사 한대만 맞으세요~ (0) | 2006.10.13 |
아파트창문에서 뱉은 침이 아랫집 남자 머리위로.....;; (0) | 2006.10.13 |
콧털때문에 엄청 창피했던 날.. (0) | 2006.10.13 |
이젠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0) | 2006.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