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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Smile Zone/- TodayFocus

자율화시대를 거친 고교 교사입니다.

by JoyKim 200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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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창 시절, 그러니까 초, 중, 고교 시절 12년 동안 단 한 번도 교복을 입지 않은 세대입니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는 학교가 공립이어서였는지두발도 자율이었고, 강제로 하는 야간 자율학습도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율화 시대의 학생이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시험 기간은 곧 축제 기간이었다는 것입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시험을 치루었는데

1학기 기말고사같은 경우는 심지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시험을 다 치루고 나면 시험 시간과 관계없이 퇴실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은 누가 먼저 나가느냐로 내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나간 아이들은 근처 당구장에 하나, 둘 모여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기 당구를 치고는 했습니다.

일단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는 일들이 많이 행하여졌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에게조차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교사'였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런 선생님들을 보면서 진짜, 꼭 선생님이 되리라 다짐했습니다. '他山之石(타산지석)'을 마음에 새기면서 말입니다.

자율화 시대를 거쳐오면서 마음 속에 남은 아쉬움이 하나 있습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시기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이성에 대한 한없는 두근거림, 갑자기 귀에 들리기 시작하는 가요와 팝송들, 둘도 없는 형제처럼 지냈던 멋진 친구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지만 그 안에 '공부'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창 유행했던 닭벼슬머리와 뽕(찡), 롤러스케이트장, 폰팅등등등

하지만 그 시절의 자제력이 지금보다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방비로 그런 유행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문계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68명 중에 전기대학 9명 진학이라니, 이건 너무 처참한 결과입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있는 친구들도 그 당시학교에서 조금의 관심만 가져주었더라면 많은 친구들의 삶이 달라졌을거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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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안에서의 체벌과 두발 길이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체벌은 같은 교사로서도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이 인정하지 않는 체벌은 결국 권력을 이용한 폭력일 뿐이니까요.

어느 날 출근길, 위와 같이 학교 진입로에 라카로 두발자유라고 칠해져있는 것을 보면서 저는 진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우리 때보다는 많이 똑똑해졌구나'

'아니, 그래도 저런 것은 너무 비겁해. 쓰고 도망갔잖아'

'아니지, 아이들이 저렇게 할 수 밖에 더 있겠어'

'아~ 난 뭐지... 아이들에게 난 뭐지'

저는 개인적으로 두발은 자율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개인적인 생활이 문란해진다거나, 성적이 심하게 하락한다면 그것은 안되겠지요.(우리 아이들은 너무 심한 비약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우리 교사가아닌가 합니다.

두발은 학생들 자율에 맡기고 그 대신, 교사들이 우리 학생들의 생활태도 변화, 얼굴빛, 말투, 성적, 갑작스런 행동 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회에서 우려하는 일들은 최소화될 것이라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중, 고등학생 여러분...

선생님들을 무조건 미워하지 마세요. 그들 중 많은 선생님들 또한 두발 자율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쓸데없이 머리카락에 자 들이대면서 교문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얼굴빛, 말투, 성적, 행동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할테니까요.

우리 학생들도 씩씩하게 생활하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또 부당하다고 생각되시는 것 있으면 선생님들께 예의를 갖추어 말씀드리세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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