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velop+㈜/- Eco Digital

윈도우8 노트북, 왜 이렇게 비싼가

by JoyKim 2012. 11. 29.
반응형

윈도우8′을 운영체제로 쓴 PC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가격이다. 비싸다. 코어 i5 프로세서가 들어간 윈도우8 울트라북들은 적어도 150만원이 넘는다. 물론 원가를 따져 싸다 비싸다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윈도우7′ 노트북과 비교하면 선뜻 접근하기 부담스럽긴 하다.

삼성의 아티브 스마트PC 프로는 159만원, 소니는 179만원이다. 에이서 S7과 레노버 요가도 149만원이다. 초기 제품이기 때문에 비싼 것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난해 초기 울트라북 기기들에 비해서도 대체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대체로 윈도우8 기기는 비싸다. 아니 비쌀 수밖에 없다. (가격정보 : 11월28일 기준 다나와 최저가)

아톰 프로세서를 쓴 기기들은 더욱 놀랄만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티브 스마트PC는 109만원, LG전자의 탭북도 110만원이다. 가장 싼 에이서의 아이코니아탭 W510도 89만9천원이다. 기존 넷북이 3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아톰만 비싼 건 아니고 ARM 프로세서가 들어간 서피스RT의 경우도 키보드를 더하면 32GB가 80만원, 64GB는 90만원을 넘게 줘야 살 수 있다. SSD와 터치스크린이 가격을 높인다고 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윈도우8 기기들은 왜 이렇게 비싸진 걸까. 일단은 하드웨어 자체로 원가 상승 요인이 꽤 눈에 띈다. 하나씩 뜯어보면 그럴만도 하다.

실제 부품 공급가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원가 상승 요인이 꽤 많다. 첫째는 터치스크린이다. 윈도우8용 노트북 디스플레이에는 대부분 터치스크린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대체로 LCD와 터치스크린을 별도로 공급받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터치스크린이 들어간 노트북들이 최소 100달러의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도 “11~13인치 기준으로 터치스크린 센서가격만 100~150달러 정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자체도 원가 상승 요인이 있다. 기존 노트북들은 일부 제품을 빼고 대체로 값이 싼 TN패널을 썼지만, 윈도우8은 대부분 IPS 같은 광시야각 패널이 들어간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터치스크린을 쓰다보면 가시각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IPS패널은 적게는 30달러에서 보통 50달러 이상 가격차이가 있다. 해상도가 높은 제품은 100달러까지도 차이가 난다. 디스플레이 자체만으로 이전 제품에 비해 적어도 150달러에서 많게는 250달러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드디스크와 SSD 가격 차이도 만만치 않다. 리테일 시장에서도 노트북용 하드디스크가 500MB를 5만원 수준에 살 수 있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비슷한 돈이면 64GB 정도를 살 수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애플이 아이폰5용으로 공급받는 64GB 낸드플래시 원가는 41달러로 것으로 짚은 바 있다. 128GB가 넘어가면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윈도우PC의 특성상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인터넷 동영상, 작업 문서 등의 파일들을 보관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64GB면 거의 별다른 앱을 설치하기 어렵고 128GB라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용량이다.

또 한가지로 꼽는 것은 노트북과 달리 매우 복잡해진 폼팩터다. 윈도우8 기기들은 모두 터치스크린을 갖고 있고 생산성을 강조하는 만큼 키보드를 품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구조가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기계 특성상 움직이는 구조 부분이 많으면 고장 위험도 많기 때문에 재질이나 내구성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가장 복잡한 슬라이드 구조인 소니나 도시바도 오랜 내구성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힌지가 헐거워지거나 유격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복잡한 폼팩터의 울트라북을 싸게 내놓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디스플레이와 SSD도 마찬가지다. 이미 적지 않은 PC 제조사들이 그간 아이패드에 맞서 저가형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았지만 결국 외면받았던 이유들 중에 디스플레이와 시스템 성능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윈도우8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PC 제조사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해외 노트북 제조사 관계자는 “아이패드로 눈이 높아져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윈도우8이 더 큰 가치를 주려면 고급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 원가 상승 요인이면 몇 십만원씩 비싼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아니, 11인치에 풀HD 해상도를 뿌려주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나 자유자재로 꺾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 누군가에게 매우 필요하고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더 비싸지 말란 법도 없다. 제조사들이 판매해야 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주 소비층에게 부담스럽게 여겨진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윈도우8은 출시 한 달 만에 4천만개가 판매됐다. 그 중 하드웨어 판매 대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들은 들여오는대로 다 팔려나갈만큼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그 양이 폭발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아직 어떤 폼팩터가 얼마나 팔려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많이 수입 혹은 생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나로 다 처리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지만 윈도우8 기기 하나 가격으로 일반 울트라북 한 대와 아이패드미니, 혹은 넥서스7 태블릿을 함께 살 수 있다면 고민하는 것이 소비자다.

현재로서는 SSD도, 터치스크린도 단숨에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윈도우8의 활용방법을 터치에만 맞추기보다 기존 PC 환경에 부가적인 요소로서의 터치를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간 봐 온 윈도우8 기기들을 윈도우 PC라는 관점 안에서 보면 결국 손이 가는 것은 터치스크린만 들어간 노트북 타입 제품과 태블릿 정도다. 더욱이 윈도우8을 제대로 쓰려면 화면 큰 데스크톱 PC보다 노트북이 더 서둘러 보급돼야 하는 상황에서 가치를 알리기 전에 가격부터 걸림돌이 된다면 PC 업계는 터치도, 새 운영체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복잡하고 비싼 노트북이 당장은 보기 좋을지 몰라도 윈도우8과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려면 최대한 단순하게,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들도 함께 준비돼야 할 것이다. 그게 윈도우 생태계의 강점 아닌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