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배구조는 연방제 스타일이다. 모든 사업 부문이 따로 논다. 오너가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네이버와는 기업 문화가 전혀 다르다.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말은 하지 않지만, 그래, 한번 해보든가, 어디 잘 되나 보자, 그런 분위기다. 모바일이 화두라고 했다가, 지도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했다가, IPTV 서비스를 떠들썩하게 시작하기도 하고. 그런데 뭐 하나 힘을 받는 게 없다.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랄까.”
익명을 요구한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의 이야기다. 실제로 NHN의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여전히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 이재웅씨는 일찌감치 회사를 떠났다. 이 씨는 최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명확한 방향 설정 없이 진퇴를 거듭하는 건 강력한 콘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3분기 매출액은 109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6.2% 늘었지만 지난 분기보다는 6.1%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은 22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 지난 분기 대비 26.7% 줄어든 규모다. 시장의 예측을 크게 밑도는 실적에 주가도 거침없이 고꾸라졌다. 지난해 10월 15만2000원을 고점으로 이달 들어서는 8만34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음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올해 말로 예정된 오버추어 제휴 중단이다. 야후의 자회사인 오버추어는 한때 국내 최대의 검색광고 대행사였지만 2010년 말 네이버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네이버가 NBP라는 자회사를 두고 직접 검색광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오버추어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낮아졌고 다음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음은 오버추어에 전체 검색광고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해 왔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검색 이용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 검색 이용량이 온라인 검색 이용량의 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검색 광고시장도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다. 왼쪽은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 쿼리 추이. 오른쪽은 스마트폰 도입 이후 미디어 이용시간 변화. 코리안클릭·에프엔가이드 자료. | ||
오버추어와 제휴를 끊으면 다음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째, 네이버처럼 직접 광고영업을 시작하거나 둘째, 아예 네이버에 검색광고를 위탁하는 방안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와 검색광고 계약을 맺을 경우 오버추어보다 광고 단가를 높여 받아 서로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다음은 결국 독자 생존을 선택했는데 핵심 수익모델을 경쟁회사에 의존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독자 생존에 주식시장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지난달 18일에는 하루 사이에 주가가 10.37%나 폭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실적에 도움이 된다며 자체 광고 플랫폼 전략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일부에서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실익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야후도 경쟁사인데 야후의 자회사와는 손을 잡으면서 네이버와는 손을 잡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냉소적인 지적도 있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이 자체 광고 플랫폼으로 가더라도 당장 광고주들이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수수료가 나가지 않으면 외형은 늘어나겠지만 인건비와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다만 검색 쿼리 점유율이 올라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다음의 진짜 위기는 중장기적인 성장 엔진이 없다는 데 있다. 수익모델에 직결되는 검색 쿼리(QUERY, 질의) 점유율이 정체 상태인 데다 손을 대는 신규 사업들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로는 대세적인 성장둔화 국면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던 모바일 부문에서도 좀처럼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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