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카드도 특허전쟁…이동통신사(SKT·KT) 대리전 양상

“2~3년 뒤에는 모바일 카드가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수도 있다. 시장을 선점하려면 특허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조만간 카드업계에도 불어닥칠 기세다. 모바일 카드 시장이 점차 커지자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특허 출원에 나섰다. 

통신사를 등에 업은 하나SK카드와 BC카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각각 대주주인 SK텔레콤과 KT의 측면 지원을 받으면서 기술 개발과 동시에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현재 특허 출원 수는 BC카드가 29개로 하나SK카드 8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BC카드는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 지불결제연구소를 설립하고 가장 먼저 모바일 결제 부문에 관한 특허권 확보에 나섰다. 모바일 카드 발급 관련 기술부터 인증, 결제, 마케팅, 부가정보까지 전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술은 모두 특허 신청을 해놓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 특허 심사가 끝나고 등록 완료한 기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특허 등록까지 마친 기술은 총 17개. 나머지 12개는 1년 6개월간의 비공개 심사 과정을 마치고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BC카드 지불결제연구소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결제만 되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가 결제 시 자동으로 화면 위에 뜨는 ‘카드 추천’ 기능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는 기능이 점차 추가될 전망이다. 이런 기술은 현재 수준에서도 가능하지만 상용화까지 이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허 출원 수로는 BC카드가 1위 

일찌감치 모바일 카드 시장에 뛰어든 하나SK카드도 특허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특허 심사를 완료한 기술은 ‘모바일 카드 대출 실행에 관한 특허’다. 스마트폰 사용 고객이 모바일 카드로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카드번호 입력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자동으로 카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타사에서 동일 방식을 적용해 스마트폰 앱에서 모바일 카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특허 침해가 될 수 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이번 특허는 스마트폰 앱에서 대출하는 방법과 메인 카드를 체크카드로 변경해 금액을 인출하거나 결제하는 부분까지 아우른다”며 “모바일 카드의 장점과 편리성을 대출과 결제 서비스 수행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하나SK카드는 또 다른 8가지 기술에 대해서도 특허 심사를 받는 중이다. 원거리 결제(remote pay),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광고·결제 방식, 모바일 카드를 활용한 결제 방식 등이 포함됐다. 특히 원거리 결제 기술은 스마트폰 푸시(잠깐용어 참조) 방식의 스마트페이에 대한 특허로 국제 특허(PCT) 출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수에서는 하나SK카드가 BC카드에 밀리지만, 모바일 카드 발급 수만 놓고 보면 180도 다른 양상을 띤다. 하나SK카드는 최근 모바일 카드 발급 수가 50만장을 넘었다고 밝혔다. 반면 BC카드는 기껏해야 7만장에 불과하다. 회원사인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에서 아직까지 모바일 시장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조한 발급 수는 특허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카드업계에 스마트폰 특허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허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독점적 권리를 요구하기보다 다양한 원천기술과 표준을 점령하고 있는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잠깐용어 *스마트폰 푸시 
신규 결제 정보 등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될 경우 스마트폰상에서 관련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며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임. 기존 문자 알림·인증 서비스에 비해 별도 클릭 없이 해당 서비스를 즉각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0호(12.10.31~11.06 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