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백화점을 압도하다.”한국처럼 오랫동안 백화 점의 공세에 밀렸던 일본 최대 재래시장‘아메요코’가 올해 세밑 손님 200만명을 돌파하며 인근 백화점을 압도할 기세다. 사진은 29일 오후 인산인해를 이룬 아메요코 거리./도쿄=선우정 특파원 su@chosun.com
연말 대목 5일간 200만명 몰려
"싸고 질 좋다" 인근 백화점 압도
노인들 "가까워 좋고 깎을 수 있어 더 좋아"
"좌측통행을 지켜주십시오. 너무 혼잡해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30여m 단위로 배치된 경찰들이 확성기를 들고 질서를 외치고 있다.
29일 오후 2시 도쿄 오카치마치(御徒町)역에서 우에노(上野)역에 이르는 400m 재래시장. 밀려든 인파가 출렁출렁 양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온 한 여성은 "밟힐까 봐 못 들어가겠다"며, 시장 입구에서 진입을 포기했다. 관광 온 서양인들은 인파에 부대끼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아메요코'란 애칭으로 불리는 도쿄 최대 재래시장의 세밑 풍경은 이렇게 시작됐다. 도심(都心)에서 부침을 거듭하면서 쟁쟁한 백화점들과 경쟁해온 역사가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곳이다. 다마야마 에이이치(玉山榮一) 아메요코 상점가연합회 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현대식 대형 점포에 밀렸지만 최근 기적처럼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파에 밀려 시장으로 들어가자, 꼭 1980년대 남대문시장을 연상케 했다. "아메요코이니까, 마구로(참치)가 1000엔!" "아메요코이니까 5000엔짜리 대게가 2000엔!" 상점 점원들은 모두 애칭 '아메요코'를 브랜드처럼 강조했다. 여기저기서 큰소리로 가격 흥정이 벌어졌다. 상점에서 울리는 호객(呼客) 소리에 맞춰 인파가 이리저리 쏠렸지만 혼란은 없다. 손님들이 좌측통행을 하면서, 길 좌측에 있는 상점만을 찾는 양방향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상점가 연합회는 연말 대목이 시작된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200만명 이상이 이 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밑 손님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전후 초라한 암(暗)시장에서 시작된 60여년의 아메요코 시장 역사에서 처음이다. 작년엔 187만명, 재작년엔 166만명이 5일 동안 아메요코 시장을 찾았다. 급속한 증가세다. 요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경제 상황과 정반대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올해는 수세에 몰린 인근 백화점이 아메요코에 손을 내미는 일도 일어났다. 백화점 마쓰자카야(松坂屋)는 세밑 대목을 맞아 21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하는 특산물 행사의 백화점 광고 전단(傳單)에 아메요코 시장의 상품 정보를 함께 게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우에노 거리 전체의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을 함께 광고했다"고 설명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올해 일본 전국의 백화점 매출 총액은 6조5000억엔대로 전망된다. 1985년 이후 24년 만에 총 매출이 7조엔대 밑으로 하강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가 줄었다. 백화점 마쓰자카야의 전단은 인근 재래시장에서 '넘쳐나는' 손님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재래시장 아메요코를 찾을까?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재래시장을 선호하는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인들은 대개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아, 도심에서 벗어난 대형 양판점(한국의 할인점)을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재래시장보다 백화점·양판점을 선호하는 젊은 연령층 인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격감했다. 지난여름 아메요코 인근에 공영 주차장이 조성됐지만, 주차 규모는 300대 정도다.
물론 인구 구조의 변화만으로 저절로 손님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이날 장을 보러온 후루카와(61)씨는 "아메요코에선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아메요코 상점의 주인들은 모두 해당 상품의 최고 유통망을 확보한 전문가들로 평가받는다. 참치·대게처럼 일본인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식품만이 아니라 한식(韓食)과 중국식 등에 쓰이는 진기한 음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도 도쿄에선 아메요코가 독보적이다.
수십년 동안 이어진 자체 개혁도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골프용품을 사려고 이 시장을 찾은 곤도(21)씨는 "아메요코엔 젊은이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다"고 말했다. 아메요코는 상점가 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식품 비중이 높던 상점의 구색을 점진적으로 바꿨다. 이제 아메요코에는 식품만이 아니라, 골프용품, 스니커(젊은이 취향의 운동화) 상점 거리도 조성돼 있다. "싼 골프채, 싼 운동화를 찾으려면 아메요코로 가야 한다"는 평가가 손님의 입소문을 통해 쇼핑의 불문율(不文律)로 확고히 뿌리내렸다.
다마야마 상점가 부회장은 "상인들에게 자신감과 활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기불황과 무기력에 빠진 요즘 일본은, 이 재래시장의 풍경에서 미래의 키워드를 찾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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