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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Peace/- D of Blood

헌혈, ‘절대 불편하지 않은 진실들’

by JoyKim 200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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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절대 불편하지 않은 진실들’

-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주영찬 교육홍보팀장에게 듣는 헌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주영찬 교육홍보팀장>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살면서 수혈을 경험 할 가능성은 약 30%나 된다. 수혈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해야지만 사회가 지탱 된다'는 점에서‘국방의 의무’와도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헌혈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한 보험이라 하겠다.

그러나 헌혈에 대한 오해들이 난무하면서 헌혈은‘사랑의 나눔’에서, 하고난 후에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불편한 경험’으로 그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주영찬 혈액관리본부 교육홍보팀장은 헌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 대해 당당히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주 팀장이 말하는 헌혈에 대한‘절대 불편하지 않은 진실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 내가 헌혈한 피, 적십자사에서 제약회사에 비싸게 되팔고 있다?

헌혈된 피의 용도를 결정하는 것은 헌혈자도, 적십자사도 아닌 ‘수혈자의 필요’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환자에게 직접 수혈할 피가 필요한지, 아니면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공급이 더 시급한지가 헌혈된 피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헌혈한 피는 얼마에 공급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혈액수가는 한 단위(한 사람이 헌혈 시 발생하는 혈액량)당 38850원이다. 이에 비해 호주는 26만원, 영국은 20만원, 미국은 19만원, 일본은 14만원이다. 물가를 고려해도 우리나라 혈액이 한참 싸다.

단순비교를 하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헌혈자 수는 절반, 혈액 관리 인력은 1/4배이다. 반면 혈액수가는 일본의 1/4에도 못 미친다.

혈액 수가 책정은 검사비, 채혈비, 폐기비, 헌혈자 관리비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법령에 의해 정하는 것이라 마음대로 조정 할 수도 없다.

‘피 팔아 장사 한다’는 식의 논리라면 하늘에서 저절로 내리는 물도 돈 주고 사먹으면 안되고 땅을 파면 나오는 기름도 공짜여야 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회계와 일반회계를 분리시켰는데 혈액부분의 누적적자가 550억에 이른다. 이는 혈액검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혈액 분야는 수익성 없어 영리 목적으로 나서는 단체들이 없다. 때문에 혈액부분에서 97%에 이르는 비자발적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 헌혈한 피, 대부분 버려진다던데...

현재 폐기되고 있는 1.5%의 비율은 적정한 수준이다. 이는‘수혈 부적격’판정을 받은 혈액들이고, 혈소판의 경우는 대부분‘보존기간경과’의 사유로 폐기된다. 현재는 혈액 부족으로 폐기량이 0.1% 정도이다.

또한 1.5%의 비율은 선진국 수준의 수치이다. 적혈구는 1~6℃에서 보관되어 온도 조절이 쉬운 편이다. 반면 혈소판은 적정 보관 온도가 22℃이다. 이 상태에서는 자체적으로 응고되기 쉬워 계속 흔들어줘야 하며 세균 번식의 위험도 높다. 혈액 보관 기간도 다르다. 적혈구는 35일 동안 보관 가능한데 반해 혈소판은 보관 기간이 5일이다. 적혈구와 혈소판은 살아 있는 세포라 보관 및 관리가 쉽지 않은 편이다. 혈장은 무생물이여서 -18℃에서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 헌혈자, 내 피 주는 건데 내 마음대로 해야 하지 않나...

헌혈의 종류(전혈, 혈장, 혈소판)는 헌혈자의 만족보다는 수급상황에 맞춰서 결정해야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헌혈자 중에 헌혈 횟수에 연연 하는 사람이 있다. 주 팀장은 “보름에 한 번 할 수 있는 혈장, 혈소판 헌혈보다 두 달에 한 번 가능한 수혈용 전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횟수를 채우려 혈장, 혈소판 헌혈만 고집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지적했다.

헌혈된 피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직접 수혈되기 때문에 헌혈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의무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거주하는 곳을 다르게 말하거나 문진사항을 말할 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신분증에는 부천에 거주한다고 되어있었지만 실거주지가 강화도인 사람이 있었다.”며“강화도는 국내 유일 말라리아 고위험군 지역으로 아프리카에 비하면 안전하지만 문제 발생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문진사항을 속이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혈액의 배제가 불가능하다.”

◎“못 믿겠다. 내 피가 누구에게 공급되는지 알려 달라”

혈액이 공급되는 전반적인 과정은 공개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혈액이 특정인에게 수혈이 되는지는 공개 할 수 없다. 국제수혈학회의 윤리강령을 보면‘헌혈자와 수혈 받은 사람 사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모르게 지내야 한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헌혈자의 만족보다는 수혈자의 필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피가 누구에게 가는지 궁금하겠지만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이는 헌혈의‘무연계성’에 관계된 점이다. 이타적이고 무보상적인 마음으로 헌혈을 했으면 공급의 과정에서 혈액이 누구에게 갔는지는 알아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 수입된 혈액이 국내 수혈용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혈용 혈액은 전혈, 혈소판(제제)로 전량 자체 조달한다. 수입되는 것은 의약품 원료용 혈장이다. 얼마 전 중국 쓰촨성 지진사태 때‘중국으로 혈액을 보낼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 안타깝게도 수혈용 혈액은 채혈 기준이 각국 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에 가깝다.

◎ 헌혈에서 수혈까지 100% 안전 보장하라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헌혈-수혈 과정에서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안타깝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수혈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피를 받는 것이라 항원항체반응 등 본질적으로 100% 안전 할 수 없다. 수혈은 감기약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다. 헌혈은 타인의 살아있는 세포를 신체에 투입하는 것이므로‘낮은 수준의 장기이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감염의 위험성과 부작용은 항상 감수할 수밖에 없다.

헌혈한 혈액의 샘플 검사에도 한계는 있다. 혈액의 검사 수를 늘릴수록 혈액 수가는 높아진다. 혈액 검사 방식은 ‘선별 검사’이며 우리가 흔히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받게 되는‘진단적 검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혈액에 관련 한 모든 질병의 검사가 불가능하며 이는 현대 의학의 한계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검사들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 하고 있다.

◎ 혈액 앞으로 부족할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다쳐서 급하게 혈액이 필요할 때 헌혈을 안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로‘의심 할 수 없는 믿음’이다. 혈액 재고량이 부족할 때도 언론에 혈액이 부족하다고 알리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실제 국제수혈협회의 2006년 연구 자료에서‘2009년에 이르면 적혈구와 성분채집혈소판을 합한 혈액수요량이 헌혈자 수를 초과 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2008년 현재까지 혈액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인구가 점점 고령화 되가면서 주 헌혈자인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인구 비율이 점차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이 제기 되고 있다.

계절별로 보면 일반적으로 봄에는 헌혈자가 늘고 여름과 겨울에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보통 혈액보유현황이 1.5일분 이하일 경우‘혈액 부족 상태’인데 현재는 수혈용 농축적혈구가 7일분 정도 비축되어 있어 적정한 보유량을 유지하고 있다.

소진수 / 이보영공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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