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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Dictionary/- Psychology

귀신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

by JoyKim 2010.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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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한 번도 귀신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 주변에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여럿이 있다. 주로 가위에 눌렸을 때 귀신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보니 침대 발치에 생전 처음 보는 어린애가 서 있다든지, 혼자서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런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신이 보이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서에 대한 3가지 심리학 이론을 사용해서 이 질문에 대답해보자.


사실 가위눌림 같은 경험은 있었습니다. 단지 그걸 귀신으로 연결시키지 않았을 뿐.
제가 몽유병 증세도 좀 있어서 같이 자는 사람에게 호러무비 체험을 시켜주는 일이 가끔씩..



첫 번째는 정말로 귀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귀신이 있으니까 눈이 귀신을 보고 귀가 귀신의 소리를 듣는다. 감각기관이 먼저 귀신을 경험하면 자동적으로 심장이 최고속도로 뛰어 팔다리 근육에 혈액을 잔뜩 공급한다. 그 귀신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상처에 대비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색을 창백하게 만든다. 피부에 흐르는 피의 양이 줄면서 체온이 내려가니 땀구멍이 오그라들어 소름이 돋는다. 몸의 피들이 싸우고 도망치는데 필요한 근육으로 몰려가니 위장은 작동을 멈추어 욕지기가 올라오고, 피가 몰려든 근육은 뜨거워지는데 피부는 차가우니 부들부들 떤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급작스레 대소변이 마려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몸이 공격 혹은 도망 준비를 완비할 때쯤에서야 비로소 우리의 뇌는 저기에 귀신이 있고 내가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먼저 대상에 대한 감각과 그에 따른 신체적 반응이 우선 일어나고 뒤늦게 정서(이 경우에는 공포심)를 경험한다는 가설은 미국 심리학계의 선구자인 윌리엄 제임스W. James가 1880년대에 제안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덴마크에서도 칼 랑게C. Lange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누군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랴) 이 이론을 정서에 대한 ‘제임스-랑게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어떤 자극이 정말로 몸에 가해졌기 때문에 정서가 발생한다는 생각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정말 귀신을 봤다는 증거다.


귀신...



두 번째 이론은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또한 쉽게 속기도 한다. 귀신이 없었더라도 뭔가를 잘못 보고 귀신이라고 착각하기만 하면 이미 귀신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몸의 여러 기관들 즉 심장, 혈관, 근육, 내장, 피부는 뇌로 신호를 보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뇌로부터 신호를 받아서 움직이기도 한다. 만약 우리의 뇌가 지금 눈앞에 어른거리는 나뭇가지 그림자를 귀신이라고 판단(착각)한다면, 즉각 몸의 각 기관에 비상사태를 전파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심장은 빨리 뛰어 혈액을 근육에 공급하고 피부는 오그라들어서 소름이 돋고 위장은 멈추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즉 뇌의 인식이 정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비교적 최근인 1927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일하던 심리학자인 월터 캐논W.Cannon이 처음 논문으로 썼고(당시에도 심리학회지가 있었다), 후에 필립 바드P.Bard가 합세해서 ‘캐논-바드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도 그럴듯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 평소에는 멀쩡히 나무 그림자로 보던 것을 어떤 때는 귀신이라고 착각하는 걸까? 평소에는 잘 자던 사람이 왜 어떤 때는 가위에 눌리고 귀신을 보는 것일까?


잘 속는 애...



비교적 최근인 1962년에 스탠리 샤하터S.Schachter와 제롬 싱어J.Singer는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는 몸의 상태와 마음의 상태가 결합함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스프록신’이라는 가상의 약물의 효과를 실험한다는 공고를 내고 찾아온 대학생들에게 이 가상의 약물을 주사했다. 그중에서 어떤 주사약은 그냥 식염수였고, 어떤 것은 ‘에피네프린’이라는 흥분제였다. 주사를 맞은 대학생은 한동안 빈 방에서 자기도 같은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하는 다른 대학생 한 명과 함께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물론 그 ‘다른’ 대학생은 사실 샤하터의 조수였다.
여기서 또 조건이 나뉘었다. 어떤 조수는 즐거워하며 대기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다른 조수는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나 서성거리거나 의자를 발로 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 실험 결과,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고서 화를 내는 대학생(조수)과 같은 방에서 기다렸던 피험자들은 덩달아 화를 내며 투덜거렸고, 같은 주사를 맞았는데 즐거워하며 방방 뛰던 조수와 같은 방에 있던 피험자들은 자기도 덩달아 흥겹게 뛰놀았다. 하지만 에피네프린이 아니라 그냥 식염수 주사를 맞은 대학생들은 옆에 앉은 프락치가 무슨 짓을 하던 별로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이 실험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우리가 정서를 경험하려면 우선 그 정서를 일으킬만한 신체적인 각성이나 흥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똑같은 신체적인 각성이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샤하터는 이 과정를 미국의 술집이나 대중음식점 같은 곳에 많이 있던 주크박스jukebox(동전투입식 음반연주장치)에 비유했다. 일단 동전을 넣으면 턴테이블이 돌아가고 그 다음에 어떤 버튼을 누르느냐에 따라서 어떤 음반이 연주될지가 결정되는 주크박스처럼, 우리의 마음도 일단 신체적인 각성이 턴테이블을 돌리고 인지적 해석이 연주될 정서의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론을 ‘주크박스 이론’ 이라고도 부른다.


주크박스 이론...



귀신을 보는 경험(혹은 귀신 앞에서 벌벌 떠는 정서적 경험)을 이 주크박스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귀신을 보려면 어떤 이유로든 몸이 흥분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위의 실험처럼 약을 잘못 먹어서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도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부조화를 일으켜 힘은 없는데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귀신을 볼 수 없다. 귀신을 보려면 평소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거나하여 귀신의 출현 가능성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자기가 지금 몸이 떨리는 이유를 잘 모르거나 혹은 자기의 신체적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수록 귀신을 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런 효과는 피험자들이 약물의 효과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샤하터의 실험에서도 자기가 맞는 주사가 단순한 흥분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대학생들은 실험자가 연출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샤하터의 실험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귀신의 출현은 이 주크박스 이론과 딱 맞아떨어진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한 무지, 귀신 전설이 만들어낸 심리적인 기대,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키는 끔찍한 사건, 이 세 가지가 우연히 만나다 보니 일이 벌어지고, 일이 수습되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더니 결국 모두를 집어삼킨다는 이야기다. 그 이상의 영화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의 영화체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삼간다. 주크박스 이론에 따르면 모르고 봐야 온전히 영화의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다니 말이다. 허긴 이걸 모르는 이가 있던가?


복선만 좀 있었더라면 꽤 아귀가 잘 맞는 현대 우화가 되었을 수도...
그게 없으니까 진범은 사실 따로 있다는 가설까지 나도는 형편...



- 무비위크 2007. 5.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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