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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Dictionary/- Psychology

전쟁후유증 치료하던 의사, 전쟁 직간접 경험에 스러지다 (PTSD)

by JoyKim 201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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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너루스라는 43세 미국 의사가 2일 미네소타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자살은 미국에서 하루 100여건씩 발생하는 흔한 자살사건 중 하나로 취급될 수도 있지만 전쟁터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사투를 벌이는 참전용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리너루스는 이라크전 종군 정신과 의사로 5년을 복무한 전직 군의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그의 임무는 병사들이 전투 충격 때문에 자살하지 않도록 상담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라크에 다녀온 뒤 우울증과 PTSD를 앓았다. 참전 군인의 정신을 서서히 갉아 먹으며 자살로 내모는 PTSD가 그 병을 치료하던 의사의 목숨마저 삼켜버린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리너루스는 2003~2008년 미 육군 군의관(대위)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제2전투여단, 제1보병사단에서 병사 심리상담을 전담한 그는 병사들이 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했다. 그 공로로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도 PTSD를 피해가지 못했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향에 돌아온 그는 이라크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마치 돌림병처럼 전우의 고충을 들으며 전투 현장을 간접 경험한 그의 정신에까지 PTSD가 전염된 것이다. 우울증 때문에 결혼생활도 파국을 맞았다. 리너루스는 2011년 논문에서 "상담 전문가들은 (PTSD에) 내성이 있고 단련돼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높은 빈도로 상담 업무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강조했다.

이사를 가고 재혼을 하는 등 PTSD의 그늘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리너루스는 PTSD의 마수에 굴복하고 새해 둘째 날 자살을 택했다. PTSD 전문가였던 그의 자살 소식에 그를 아는 전우들과 이라크 참전 군인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질환을 치료하던 의사의 목숨마저 앗아간 PTSD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무서운 질환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1,000여명의 병사를 PTSD의 수렁에서 끌어냈지만, 정작 의사인 그를 늪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라크전 악몽, 참전용사를 살인자로

강지원기자 stylo@hk.co.kr

이라크전 참전 병사들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지난해 말 잇따라 발생한 노숙자 살해 사건의 용의자 이츠코아틀 오캄포(23)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해병대 병사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오캄포는 13일 오후 오렌지카운티 한 식당의 주차장에 있던 노숙자 존 베리(64)를 수 차례 흉기로 찌른 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0.9㎞ 떨어진 곳에서 주민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말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3건의 노숙자 살해사건도 오캄포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노숙자 모두 수 차례로 흉기로 잔인하게 찔려 살해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참전 후유증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의한 충동살인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멕시코 출신인 오캄포는 1988년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고교 졸업 후 미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지난해 제대한 오캄포는 이후 PTSD를 앓았다고 가족들은 증언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제대 후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며 "직장을 구할 수 없어 매일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에 함께 참전했던 전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태가 더 나빠졌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캄포의 고교 동창은 "학교 다닐 때는 정말로 조용했던 오캄포가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에는 화를 잘 내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이라크전 참전 병사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1일 워싱턴주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에서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벤저민 콜턴 반스(24)가 공원순찰대원을 총으로 난사해 살해한 뒤 자살했다. 반스는 2009년 제대 후 PTSD와 함께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전 참전 병사 출신들이 전역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잇따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두고 미국에서는 전쟁에 따른 극심한 후유증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복무한 미군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37%가 PTSD를 겪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월 17일자 한국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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