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은 매운맛일까? 고통일까? 사람의 입은 그것을 보고 매운 맛이라 하지만, 우리의 뇌는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감정이 상승하는 이유는 뇌가 그것을 고통으로 인지, 감성 호르몬인 엔도르핀 등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이 꾸리꾸리 할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눈물이 흐르든, 정신줄을 놓고 헤헤 거리든 카타르시스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까칠한 세상, 잠시나마 기분을 풀어주는 매운 음식, 매운 음식점을 소개한다.
깔끔하게 맵다 신사동 현대낙지
전국에서 낙지볶음의 때깔이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깨끗하고 선명한 낙지로 유명한 집이다. 낙지볶음이 매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양념 때문에 혼탁해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현대낙지의 낙지볶음은 그렇지 않다. 이 집 주인 정상순 할머니는 그냥 얼굴만 보아도 ‘깔끔’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데, 물에 씻어서 볶아 내는 김치, 덴뿌라 무침, 물미역 등등 모든 반찬을 직접 손질하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기는 분이다. 낙지볶음 또한 마찬가지. 그날그날 구입하는 높은 선도와 품질의 양념과 살아있는 낙지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끗해 보인다고 맵기가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 낙지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바다 향이 입 안에 퍼지지만, 서너 번 씹다 보면 깊고 강력한 매운맛이 온몸의 세포를 벌떡 일으켜 세운다. 감자탕과 간장게장 인기도 좋다.
메뉴 : 낙지볶음 2만6000원, 세발낙지볶음 3만원, 감자탕 3만원, 조개탕 1만원, 간장게장 3만5000원 / 매운 맛 중화 메뉴 : 기본 반찬과 조개탕 / 위치 : 신사동 현대고등학교 건너편 뒷 길 / 문의 : 544-8020
잔인하게 맵다 무교동 실비집
무교동 낙지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곳이다. 예전에는 그냥그냥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의 ‘실비집’이었으나, 프랜차이즈가 되면서 이 집 주인의 이름을 딴 이강순실비집으로 간판을 바꿨다. 교보문고 바로 앞에 있는 집이 본점이다. 낙지볶음이라고 맛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이강순실비집의 낙지볶음은 공격적으로 매운 게 특징. 그냥 첫 술부터 화끈하게 맵기 시작해서 계산 할 때까지 입 안이 얼얼하다. 그래서 이 집에 들어와서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사람들은 처음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너무 맵기 때문이다. 실비집의 인테리어는 말 그대로 ‘실비’ 하다. 가늘고 긴 벤치와 좁은 테이블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며 매운맛에 적응한 사람들의 적당히 흥분된 대화로 거의 소음 수준의 이야기들이 날아다니는 게 매력이자 단점. 무교동 본점의 경우 불친절하다는 민원도 적지 않은 집인데, 그것은 40년 전부터 무뚝뚝했던 것으로, 컨셉트 정도로 이해하는 게 속 편할 듯.
메뉴 : 낙지볶음 1만4000원, 낙지비빔밥 5000원, 감자탕 9000원, 조개탕 90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기본 반찬과 조개탕, 낙지만두 / 위치 : 광화문 교보문고 정문을 등지고 서서 11시 방향 / 문의 : 732-7889
기분 좋게 맵다 낙원아구해물찜
아구 음식점 하면 주로 신사동이나 방배동 골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서울의 원조 아구 골목은 사실 낙원동이다. 낙원동은 종로 2가 북쪽 방향에 있는 낙원상가 일대를 말하며, 아구 골목은 상가 아래쪽에 있다. 40년 전부터 형성되었지만, 많은 집들이 강남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열 집 미만만이 남아서 옛날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낙원아구해물찜은 재료가 신선하고 조미료가 아닌, 실제로 매운 식재를 사용해서 만듦으로써 매운맛의 깊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이 집의 매운 해물찜은, 먹을 때는 눈물을 흘려가며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매운맛이 몸에 남아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메뉴 : 아구찜 3만원, 해물찜 3만2000원, 섞어찜 3만70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기본 반찬 / 위치 : 지하철 3호선 6번 출구에서 10m / 문의 : 744-0304
매운갈비찜 단계별 도전 양재동 온돌집
방송에 많이 나왔던 집이다. 청양초와 할리피노를 메인 양념으로 사용한다. 매운갈비찜으로 유명한데, 등급별로 매운 정도가 다른 게 특징. 매운 단계는 모두 4단계로 이뤄지는데, 덜 매운, 매운, 아주 매운, 무진장 매운 등이다. 매운맛 마니아들도 처음부터 4단계에 도전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정도로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주문을 할 때 매운 등급을 먼저 얘기하고, 공기밥을 꼭 시켜야 한다. 양푼에 나온 밥에 매운 갈비찜과 콩나물 등을 넣어서 쓱쓱 섞어 먹는 맛이란! 매운 음식에 약한 사람은 섞지 말고, 갈비찜 한번, 공기밥 한 숟갈, 그리고 콩나물국물을 순서대로 먹어주면 좋다. 장모님을 모시고 가면 1인분은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메뉴 : 갈비찜 1만4000원, 공기밥 1000원, 따로국밥 50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기본 반찬과 공기밥 / 위치 :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3번 출구 아랫길로 직진 후 외환은행에서 우회전, 코리아나 빌딩 후문 맞은 편 / 문의 : 521-2104
칼칼한 맛의 지존 강남역우리집만두 칼국수
정말 칼칼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우리집만두는 25년 전에 신장개업을 한 후 김치만두 하나로 명성을 날리며 프랜차이즈까지 생긴 집이다.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아쉬움은, 그날 팔 만두의 양을 미리 정해놓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보통 오후 8시 이전에 가야 만두 맛을 볼 수 있다. 이 집의 매운 음식은 칼국수. 매운 양념 육수에 칼국수, 만두(두 개 정도 들어감)와 버섯, 대파 등 양념과 함께 끓어먹는데, 첫 술 뜰 때부터 목구멍이 칼칼해지기 시작, 식사 내내 헐헐거려야 한다. 칼국수 면과 만두를 다 건져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다시 양파, 홍당무, 송송 파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어 밥을 볶아 먹는데, 여기까지 끝내면 언제 매운 칼국수를 먹었느냐는 표정으로 돌아올 수 있다.
메뉴 : 김치만두전골 8000원, 버섯매운칼국수 7000원, 왕만두국 6000원, 떡만두국 5500원, 떡국 5500원, 냉만두국 6000원, 묵사발 6000원, 육개장만두 5000원, 김치군만두 5500원, 김치만두 45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동치미국물 / 위치 :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에서 교보문고 방향 직진하다 우리은행에서 우회전 / 문의 : 557-3903
즐겁게 매운 라면 명동 틈새라면 빨계떡
1981년 명동 제일백화점(지금의 유투존)과 그 옆 건물 사이의 틈새에 포장마차 같은 가시설을 만들어 문을 열었던 틈새라면. 바닥이 3단으로 이루어진 것을 갖고, 1층, 2층, 3층으로 나누고, 빨간 라면, 하얀 라면 등 기발한 이름을 붙인 메뉴를 선보이면서 예사롭지 않은 라면집으로 눈길을 끌었던 집이 이제 국내는 물론 미국과 베트남에도 분점을 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집의 가장 매운 맛은 빨계떡라면. 떡볶이 국물 수준의 걸쭉하고 매운 양념 국물에 파, 양파, 콩나물 등과 계란, 그리고 떡을 넣어 먹는 빨계떡라면은 주문 할 때 맵게 먹을 건지, 덜 맵게 먹을 건지 얘기해야 하고, 치즈 등을 추가해서 먹을 수도 있다.
메뉴 : 빨계떡라면(식당 마다 가격 다름), 계떡라면, 빨해떡라면, 빨부대라면, 불김밥, 러브주먹밥, 냉라면, 김치덮밥, 제육덮밥, 오징어덮밥 등 / 매운맛 중화 메뉴 : 찬밥, 물만두 / 문의: 756-5477
매운 닭발 먹고 욕도 먹고 강서구청 홍미닭발
요즘 몇 남지 않은 욕쟁이 할머니의 닭발집이다. ‘니들이 갖다 쳐먹어!’ 소리를 예사롭지 않게 하는 할머니가 주인이다. 닭발을 먹을 땐 일단 입안의 침을 바짝 삼킨 뒤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닭발을 입에 넣자 마자 순식간에 분비된 침이 질질 새버리는 수가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성과 함께한 자리라면 정말 난감해지는 수가 있다. 오돌뼈, 매운모래집 맛도 기가 막히게 맵다. 전국 닭사모(닭발을 좋아하는 모임)들의 위시리스트 식당이다. 이 집의 주제는 매운 닭발과 오돌뼈이니, 괜히 할머니 욕을 들으러 가면 곤란하다. 매일 욕을 해대는 분은 아니므로.
메뉴 : 통닭발, 닭날개, 닭똥집, 오돌뼈, 무뼈닭발, 닭도리탕, 계란찜, 빈대떡, 잔치국수, 알밥, 공기밥 / 매운 맛 중화 메뉴 : 계란찜, 주먹밥, 공기밥 / 위치 : 강서구청 뒤 먹자골목 / 문의 : 2697-4996
울다가 웃는 매운맛 부천 송내역 호미불닭발
매운 닭발과 오돌뼈로 유명한 집이다. 오돌뼈를 시키면, 양념 오돌뼈와 김, 밥 등이 나온다, 그러면 비닐 장갑을 끼고 양념오돌뼈에 밥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섞은 뒤, 김 한 장을 들어 먹기 좋은 크기로 싸고, 소주 한 잔 마신 뒤 준비된 오돌뼈 김말이를 먹으면 된..다가 아니고, 얼른 찬 물 한 모금, 또는 필수 메뉴인 쿨피스나 계란찜 한 숟갈을 먹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화 안주를 먹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 맵고 매운 맛을 즐길 수 없는 수가 있다. 더 매운 맛을 원한다면, 김말이 위에 아삭한 김치를 붙여서 함께 먹으면 더욱 화끈한 불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뉴 : 호미불닭발 8000원, 오돌뼈 1만원, 볶음똥집 8000원, 양념똥집 8000원, 계란찜 5000원, 빈대떡 50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쿨피스와 계란찜 / 위치 : 부천시 송내역 앞 / 문의 : 032-325-4267
쭈꾸미 먹는 법 인천 만석동 할머니 쭈꾸미
인천의 대표적인 쭈꾸미 집 가운데 한 곳이다. 30년 전에 문을 열었으니 그동안 이 집에서 매운 눈물 뿌리고 간 사람만도 2백만명이 넘는다. 쭈꾸미를 시키면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양념 쭈꾸미가 나온다. 끓기 시작하면 먼저 다리를 잘라 먹어야 한다. 매운맛 1단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다리를 먹는 동안 머리에 매운맛이 베어들고, 이윽고 머리를 먹을 시간이 되면 그 매운 정도라 하늘을 찌를 정도. 쭈꾸미 대가리 하나 먹을 때 마다 여기 저기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건 당연한 일. 쭈꾸미를 다 먹고 나면 이제 밥 볶을 시간. 그 사이에 누룽지탕이 나오는데, 입 안이 완전히 얼얼해진 상태에서 뜨거운 누룽지탕이 들어가면, 매운맛과 따거운 맛이 합쳐지면서 온 몸은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어버린다.
메뉴 : 쭈꾸미볶음 1만원 – 3만원, 쭈꾸미데침 1만5000원 / 매운맛 중화 메뉴 : 누룽지탕 / 위치 : 만석고가차도 밑 만석우체국 건너편 / 문의 : 032-733-2419
맛있는 매운 맛 용두동 나정순할매쭈꾸미
쭈꾸미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절부터 이곳에서 매운 쭈꾸미를 팔고 있는 집이다. 매운 맛은 처음에만 맵다가 몇 차례 먹고 나면 어지간히 적응되기 마련인데, 나정순할매쭈꾸미는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맵기가 더욱 높아지고 깊어진다. 심지어 이 매운 쭈꾸미 때문에 소주를 못 마시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게 바로 중독성이다. 그래서 처음 이 집에 갔던 사람은, ‘맵기만 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지만, 언제든 몸이 매운 맛을 원하게 되면 첫 번째로 이 집의 쭈꾸미를 떠올리게 된다. 좁은 집이지만, 테이블 가운데 특히 여자가 있는 경우 눈물을 질질 흘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머리도 띵해지고 생각이 혼미해지며, 심지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더욱 잔인한 것은, 그 흔한 계란찜, 동치미 국물 정도의 메뉴도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메뉴 : 쭈꾸미 / 매운맛 중화 메뉴 : 계산하면 주는 야쿠르트 / 위치 : 지하철 1호선 제기역 6번 출구에서 2분 거리 / 문의 : 928-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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