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올림픽 독점.. 방송 수가를 높이는 독점인가? 경쟁인가?

ㆍSBS 밴쿠버 영상 ‘2분만 제공’에 KBS·MBC ‘단신처리’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하면서 타방송사에 2분짜리 ‘풀영상’만 제공하자 KBS와 MBC가 올림픽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하는 등 방송사간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써 올림픽과 월드컵을 포함해 국민관심 스포츠에 대한 방송사간의 중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는 향후 종합편성PP로 채널이 늘어나고 민영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수주전이 가열될 경우 ‘국민의 볼 권리’보다 ‘자사이익’에 매달린 방송사간 무한경쟁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 불붙은 중계권분쟁 어디로=SBS가 올림픽 단독중계를 강행함으로써 향후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간 공동협상을 위한 ‘코리아풀’ 구성은 무척 어렵게 됐다. 국내 각 방송사들이 스포츠마케팅사와 함께 개별적으로 협상에 임할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지불해야 할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SBS가 IOC 규정을 들어 현장 취재에 필요한 취재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보도용자료 화면을 2분짜리만 제공하기로 하자 KBS와 MBC가 현장취재를 아예 포기하는 등 방송 3사간의 신뢰는 크게 금이 가 버렸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코리아풀 약속위반은 다른 방송사도 과거에 많이 했기 때문에 SBS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올림픽보도 독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종편채널로 소모적 경쟁 심화될 듯=SBS는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IOC에 7250만달러를 주고 단독 중계권을 확보했고 올해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월드컵 중계권도 1억4000만달러에 사들인 상태다. 하지만 종편PP를 준비 중인 신문사들도 향후 지상파와 함께 올림픽, 월드컵은 물론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스포츠 중계권 확보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중계권료로 해외에 유출되는 외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신문사 방송사업단의 관계자는 “당장은 SBS가 수익이 날 만한 중계권을 모두 싹쓸이해 어려움이 있겠지만 종편허가가 나면 인기 스포츠중계권 확보가 시청률 안착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단국대 김평호 교수는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사간 경쟁이 심해지면 인기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한 국가경제적 피해는 물론 시청자들 입장에서 선택권제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신 3S 시대 오나=방송사들이 최근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은 잇따라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스포츠경기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자 ‘3S정책’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신군부가 국민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스포츠, 섹스, 스크린(외화)의 방송 노출을 늘린 것과 비슷한 흐름이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의도와 상관없이 지상파와 맞먹는 종편채널이 하반기에 추가로 등장하고 ‘민영 미디어렙’ 등장으로 광고수주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과 오락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합편성PP의 경우 지상파와 달리 자체프로그램 제작비율이 20%만 넘으면 편성규제에 걸리지 않는다는 특혜를 받고 있어 손쉽게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스포츠나 외화, 외국드라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MBC 이남표 연구위원은 “<선덕여왕>처럼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5억원이지만 광고는 완판돼야 4억원 수준”이라며 “국내 한정된 광고재원과 종편의 자본력수준(자본금 3000억원)을 감안할 때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외화 등 저가 콘텐츠로 방송시간의 상당부분을 때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도 “광고시장이나 콘텐츠제작시설·제작인력 등 방송 기반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종편이 나온다고 콘텐츠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더구나 종편이 2~3개 이상 허가가 날 경우 당장 수익을 내는 데 급급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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